경남 마산의 만날제 축제

 

 늦여름 더위가 아직 남았는데 이른 추석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잠시 고단한 일상에서 놓여나 정겨운 고향과 보고 싶었던 부모형제를 만나기 위해 수고로운 귀성전쟁도 마다하지 않고 길에 나설 것이다. 고향에 살고 있기에 그런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는 나는 서로 절절한 그리움을 안고 살았던 모녀의 감동적인 만남이 전설로 남아있는 근처 만날재에 올라본다.

만날제는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의 ‘만날 고개’와 만날 근린공원 일대에서 매년 추석 연휴에 개최하는 지역 민속축제이다.

 

 
만날 고개는 마산합포구 월영동과 예곡동 사이에 있는 높이 204m의 고개이다. 마산포에서 감천을 거쳐 함안으로 이어지던 오래된 교통로로서, 이 길을 통해 마산포의 수산물과 내륙의 농산물이 왕래하였다. 만날 고개 일대에는 고려시대부터 모녀간의 애틋한 상봉전설이 전해지며 매년 음력 팔월 열이렛날이 되면 인근 지역의 주민들이 자연스레 모여들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회포를 풀던 오랜 전통이 있다.

1980년대 들어 만날고개 전설을 민속행사로 발전시키자는 여론에 따라 만날제축제를 열게 되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엔 고개도 많고 전설도 많으나 그 전설이 현재까지 이어져 열린 소통의 장으로 승화된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올해도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만날근린공원을 중심으로 만날제축제가 진행된다. 

모녀상이 서있는 육교를 지나 큰길을 버려두고 벽화골목으로 들어서 거닐며 낮은 돌담집 마당에서 노는 길냥이와 인사하고 다시 큰길로 나선다. 작은 무대가 있는 잔디광장을 지나 계속 오르다보면 만날고개의 유래가 적힌 제단이 나온다. 이씨처녀와 그 어머니의 절절한 만남의 이야기는 언제나 애틋하다.

 

 

‘고려말 마산포에 병석에 누운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을 보살피며 사는 이씨처녀가 있었다. 물론 집안형편은 말할 수 없이 어려웠고 그 사정을 잘아는 행상인 여인네의 말을 듣고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웃마을 윤진사댁 외동아들에게 시집간다. 그 아들은 반신불수에 벙어리였다. 시어머니의 구박은 갈수록 심해졌으나 며느리는 시부모와 남편을 정성껏 봉양했다. 

시집온 지 3년째 되던 해 며느리는 근친을 가려고 했으나 시어머니는 보내주지 않았다. 이에 남편이 몰래 아내를 데리고 만날재까지 와서 자신은 기다릴 테니 집에 다녀오라고 했다. 집에 가니 다행이 어머니는 쾌차하였고 형편도 나아져 있었다. 하지만 기다리던 남편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청상과부가 된 며느리는 몇 년뒤 팔월 열이렛날, 친정식구들이 보고싶은 마음에 안부라도 들을까하여 만날재로 나왔고 마침 어머니도 딸이 그리워 만날재에 왔다가 서로 만나게 되었다.’ 

옛 여인들의 팍팍한 삶이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가족을 그리는 애절한 정이 늘 마음을 따사롭게 한다.

‘반보기’라는 세시풍속이 있다. 중부이남 지방의 농촌에서 겨울철 휴한기나 추석에 행해지던 풍습이었다. 부녀자들의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고 출가외인의 법도가 중요시되던 시절, 양가집의 중간에서 만나보고, 하루 해의 절반만 만나며 헤어질 때 눈물이 앞을 가려 서로의 모습이 반만 보인다하여 반보기라 하였다.

만날재를 내려오는 길. 합포만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며칠 후, 이 언덕과 광장에는 추석명절의 흥성스러움이 넘칠 것이다. 따뜻한 사람들이 지역의 전통문화와 민속예술을 접하고 민족정서의 원형을 되새기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