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귀국 근로자에 집중적인 사상검토

앵커: 북한이 러시아에 파견되었다 귀국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사상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러시아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보았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의 한 주민소식통은 8일 ”요즘 보위당국이 러시아에서 귀국한 모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사상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각 기관, 기업소의 담당보위부가 귀국 근로자들에게 외국(러시아)에서 생활하면서 잘못한 점에 대해 자기비판서를 써내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외국에서 힘들게 일하다 귀국해 피로도 풀지 못한 근로자들을 매일같이 보위부에 불러내 자기비판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우선 외국에서 자본주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것이 있는지, 어떤 제목인지, 또 언제 누구와 보았는지 적어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보위부는 러시아나 미국영화보다 남조선영화나 드라마 시청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면서 “특히 1980년 5월 18일 남조선에서 군부독재에 반발해 일어난 광주항쟁사건을 다룬 한국영화 ‘택시운전사’를 한 번이라도 본적이 있는지 집요하게 추궁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귀국근로자들은 대부분 외국에서의 남조선 영화시청 사실을 부정하기 때문에 보위당국은 동료근로자들의 불법행위를 고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털면 먼지 안 날 사람이 어디 있냐며 다른 근로자의 불법 시청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보위부에서는 동료 근로자의 비행을 적어내는 사람에 한해서는 조사를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하고 검열 확인 도장을 쉽게 찍어주고 있다”면서 “귀국근로자들은 자신의 비위사실을 이실직고 하지 않으면 한 달 내내 매일 보위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부 근로자들은 조사를 빨리 끝내기 위해 적당히 비위사실을 적어내고 조사담당자에 뇌물을 고이는 것으로 조사를 마무리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보위부의 조사를 통과했다는 담당보위원의 확인도장을 받아야 외국에서의 당적을 해당 기업소에 다시 등록할 수 있고 식량정지 증명서도 새로 수속을 해야 정상적으로 평양시의 식량배급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양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요즘 러시아에서 귀국한 근로자들이 담당 보위부에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외국에서 돌아오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이에 대한 근로자들의 불만이 크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보위부에서는 남조선영화를 본 일이 있는지 자세히 진술할 것을 강조하는데 손전화 사용이 자유로운 러시아에서 유트브로 남조선영화를 한번도 보지 않은 근로자가 어데 있겠냐”면서 “담당보위원이 남조선영화 ‘택시운전사’를 본 일이 있는지 여러 번 캐묻기 때문에 귀국근로자들 속에서 영화 ‘택시운전사’가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남조선에서 80년대 군부독재체제에 항거해서 일어난 광주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택시운전사’는 평양 주민들 속에서도 널리 알려진 영화”라면서 “평양에서 일반 주민이 ‘택시운전사’를 본 사실이 밝혀지면 노동단련대형에 처해지거나 조직문제를 크게 보는 반면 귀국 근로자는 그 영화를 보았다 해도 자기비판서를 작성하는 선에서 조사를 끝낸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