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왕 즉위식, 한·일갈등 대화로 풀 계기 삼아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2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한국 정부대표로 참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일왕 즉위식은 일본의 국가적 경사이고 이웃으로서 축하할 일이다. 1990년 아키히토 전 일왕 즉위식 때도 강영훈 총리가 축하사절로 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즉위식 참석이 유력한 이 총리와 단시간 회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꽉 막힌 한·일관계를 풀 호기다. 이 총리는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한다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통 큰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최근 한·일 간 대화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는 건 주목할 만하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은 다음달 열리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 때 정경두 국방장관과 회담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회동 때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따로 만나 대북정책 등을 협의했다. 외교가에서는 한·일 간 외교채널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등 현안에 관한 물밑대화가 상당 수준까지 진전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이 경제보복을 가한 지 100일이 흘렀지만 그 효과는 신통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지금까지 대체로 잘 대처해 왔고 수입선 다변화와 기술자립화 등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직접적으로 한국경제에 가져온 피해는 하나도 확인된 바가 없다”고 단언했다. 외려 일본산 불매운동과 관광객 급감 여파로 일본 기업과 지역경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도 경제보복이 자충수였음을 자각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일관계를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아베 총리는 그제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을 언급하며 한국에 대해 “국가 간 약속을 준수해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복원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만 집착해 갈등관계를 방치하다가는 공멸의 나락에 빠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지소미아는 다음달 22일 종료된다. 연장 협의가 실패할 경우 두 나라 모두 안보태세에 손실을 입을 뿐 아니라 한·미·일 안보협력체제까지 흔들릴 공산이 크다. 이제 한·일은 관계 정상화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