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동생 영장 기각, 여당의 사법부 압박과 무관한가

웅동학원 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검찰의 ‘조국 일가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어제 “주요 범죄(배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조사 등 수사 경과, 피의자 건강 상태 등을 참작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이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피의자에 대해선 대부분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서울중앙지법은 2015~2017년 피의자가 불출석한 영장실질심사의 경우 100%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조씨가 핵심 혐의를 인정해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고 광범위하게 증거인멸을 해온 점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법치국가에서 법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럼에도 조씨에게 돈을 전달하며 브로커 노릇을 한 2명은 구속됐는데 금품의 종착지인 조씨를 구속하지 않은 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돈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을 더 엄하게 처벌하는 게 상식이다. 이러니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더 우려스러운 건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그제 ‘법원 개혁’ 보고서를 내놨다는 사실이다. 보고서는 “최근 조 장관 일가 수사 과정은 검찰뿐 아니라 법원까지 포함한 한국 관료 사법체제의 근원적 문제를 노정한다”며 “검찰만 압수수색을 남발한 게 아니라 법원도 압수수색 영장을 남발했다“고 했다. “법원이 검찰의 먼지떨이식 수사를 뒷받침해 준 셈”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남발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도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이름도 9차례나 거론했다. 조 장관 부인 정경심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하자 법원에 영장기각을 압박하는 것 아닌가. 사법부 독립 침해이자 삼권분립 위반이 아닐 수 없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 대한 독립성 보장은 법치주의의 핵심가치다. 그런데도 여권이 검찰개혁을 명분 삼아 조 장관 일가 수사를 방해한 데 이어 사법부까지 압박하고 나선 건 용납할 수 없는 반법치 행태다. “조 장관 거취 여부는 법 절차에 맡기자”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도 상치된다. 여권의 ‘조국 구하기’ 무리수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 어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범보수 단체의 대규모 집회에서 울려퍼진 조 장관 퇴진 요구를 더는 외면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