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어째서 사임하게 되었는가

존 볼턴(John R. Bolton) 전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해임되었다. 볼턴 본인이 밝힌 바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사임의 뜻을 전달하고 그가 “내일 이야기 하자”며 결정을 미루었다 하나, 트럼프가 그의 장기인 기습 트윗으로 볼턴의 해임을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사실상 볼턴은 트럼프로부터 사임을 종용당한 격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래 백악관의 비서진이든 내각의 각료든 그와 좋은 마무리를 보인 사람이 드물다지만, 볼턴의 해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 대외 정책 방침의 변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복수의 외신은 볼턴의 해임을 아래와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한다.

  1. 북한, 러시아, 아프간, 베네수엘라에서의 트럼프와 볼턴 간 시각 차이
  2. 볼턴과 국무장관 폼페이오 간의 갈등
  3.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을 포함한 백악관 스태프진 내부에서의 알력 다툼

 

순서대로 살펴보면

볼턴은 트럼프의 전전임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국무부 차관으로서 이라크 전쟁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다는 사실부터 우리는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볼턴은 이 성향 때문에 2005년 UN 대사로 임명되었을 때도 민주당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던 바 있으며, UN 대사 임기 이후에도 우크라이나부터 예멘 내전까지 온갖 내전에 미국이 참전해야 함을 주장한 바 있다. 즉 강경 네오콘의 가장 충실한 이데올로그라 할 수 있다.

볼턴의 경질 기류는 이미 지난달 아프간 관련 안보 회담에서 그가 의도적으로 배제되었던 시점부터 이미 백악관의 대세로 정해졌다고 보아야 한다. 대북 문제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서는 트럼프이니만큼 우리나라에서는 그가 북한 외의 적국과 교섭하는 일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트럼프는 대선 공약에서부터 아프간에서의 철군을 주장했으며 현재도 탈레반과의 협상을 지속한다. 물론 ‘올바른 미군의 힘’ 을 믿는 볼턴은 이에 반발해 왔다.

이란 이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트럼프는 물론 오바마 시절의 핵 합의를 폐기했다. (이 시점에서 동맹과의 결속을 더 중요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교체됐다.) 문제는 트럼프의 생각은 오바마의 핵 합의를 부정하고 그 자리에 트럼프의 핵 합의를 두고 싶은 것이었지, 군사력을 투사해 이란을 묵사발로 만들고 친미 정권을 세우려 한 것은 아니었다. 볼턴은 여기서도 딴지를 걸었다. 하산 로하니가 반드시 교체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도 마찬가지의 충돌이 빚어졌다.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볼턴의 강경 이데올로그적 방침은 국무장관 폼페이오와의 충돌을 동시에 야기했다. 폼페이오는 트럼프 정부에서 CIA 국장을 맡으며 트럼프의 신임을 얻은 인물이다. (티 파티의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CIA 국장 시절부터 트럼프의 예스맨이라는 비판에 여러 차례 직면했던 바 있으며 미국의 적국이면서 협상 대상인 나라들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트럼프에게 브리핑하면서 그의 신임을 얻은 인물이니만큼, 같은 강경파이지만 무력 대응을 불사하는 볼턴은 껄끄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이러한 볼턴의 행보는 결국 멀베이니 비서실장을 필두로 하는 백악관 보좌진 내에서 본인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2019년 4월 블룸버그는 ‘볼턴이 대북제재와 관해 트럼프와 이견을 보인다’ 라는 보도를 내보내며 미 외교 안보라인 내의 견해차를 잡아낸 적이 이미 있다. 당시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명시적 지시 없이 재무부의 중국 해운회사 두 곳에 대한 제재를 지지한 바 있으며, 이는 트럼프에 의해 곧 철회되었다. 이 당시 멀베이니가 볼턴에게 단독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말 것을 경고했음에도 벌어진 일이다.

때문에, 폼페이오-볼턴-멀베이니가 합석해 진행한 하노이 북미 회담이 엇박자가 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었다. 물론 단순히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볼턴이 트럼프의 눈 밖에 난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볼턴과 트럼프, 폼페이오는 어느 순간까지는 유사한 정도의 강경도를 지녔으나 특정 시점부터는 각자가 생각하는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볼턴의 해임은 이런 총체적인 트럼프 행정부 내 외교 안보 라인의 엇박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출처: 연합뉴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미국의 외교 안보 라인 중 이제 남은 사람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뿐이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시리아 철군에 항의해 사임했고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의 눈 밖에 난 끝에 경질됐다. 이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네오콘의 이데올로그 볼턴마저 사임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미국의 적국이자 협상 대상들을 상대하게 될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

명확하지 않다. 외신에 의하면 브라이언 훅 이란 특별대표, 리처드 그레넬 주 독일 대사,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이 거론되지만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만 10명이 넘어간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있어 북한을 ‘손 봐주려는’ 사람은 이제 없다는 것이고, 이는 향후 북미관계에 일종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란의 로하니와 트럼프가 만나는 그림도 어쩌면 가능할지 모른다.

한 가지 우려되는 사항은 트럼프가 폼페이오와 같은 ‘예스맨’ 을 골라 지명하려 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외교는 때로는 동맹을, 때로는 자국의 국익을 우선해야 하는데 사사건건 충돌을 빚던 볼턴과 매티스가 사임해 버렸으니 이제 트럼프의 생각대로 판이 움직일 수도 있다는 문제가 남았다. 그가 미국의 동맹국들에 상당히 뚱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일본과도 갈등을 빚는 우리나라에게는 새로운 어려움이 닥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볼턴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드리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볼턴은 과거 열렬한 베트남 전쟁 찬성파로 알려져 있는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징집 번호(베트남 전쟁 징집은 추첨으로 이뤄졌는데, 볼턴의 그룹에서는 195번까지 징집되었다. 볼턴은 185번) 의 추첨이 다가오기 전에 잽싸게 주방위군에 자진 입대해 베트남 전쟁의 참화를 피했다. 항상 전쟁을 부르짖던 그의 행보를 볼 때 다소 어색한 행동이긴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늘 북진통일을 부르짖던 분들이 계셨다. 그분들이 떠오른다면. 글쎄, 기분 탓이실 것이다.

원문: 김현성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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