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수영장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다

무더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달력에 별표를 그려 표시해 둔 ‘여름휴가’ 날짜는 희망이다. ‘어디로 떠나지?’란 휴가지에 대한 고민은 해마다 되풀이된다. 유난히 일찍 시작된 올해의 더위에 지쳐가던 나는 멀리 떠나고 싶지 않았다. 산도 좋고 바다도 좋다. 시원한 계곡도 좋다. 그 장소에 있는 동안만 좋다.
 
특히나 여름여행은 힘이 든다.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짜증은 내게 하고 다툼이 일어나게 한다. 자동차로 이동하고 아무리 동선을 잘 짜더라도 더운 공기를 피할 수 없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이번 휴가지로 집을 선택했다.
 
내 선택은 남편에게 환영받았다. 문제는 아이들이었다. 내 휴가는 며칠이지만 아이들의 방학은 길다. 긴 방학 동안 여행 대신 집에 있으면 좋다는 걸 어떻게 설명하지? 고민을 하다가 수영장이란 미끼를 떠올렸다.
 
“애들아, 이번 여름휴가엔 ○○월드(집에서 가까운 수영장이름)에 가려고 하는데, 어때?”
“좋아~”

 
실망할까봐 걱정하던 내 마음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수영장에 며칠 동안 갈 순 없으니까, 다른 데 가고 싶은 곳 있어?”

“생태원(서천 국립생태원)에 가고 싶어. 나는 생태원이 좋은데 엄마 아빠가 바빠서 자주 못 갔잖아.”
“만화카페에 가고 싶어. 지난번에 봤던 만화책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나는 아이들의 요구를 그 자리에서 바로 수용해 주었다. 나도 아이들도 남편도 모두 만장일치로 휴가지가 결정됐다.
 
지역을 결정하고, 숙소를 고르고 예약하고, 짐을 싸고, 몇 시간씩 차를 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막히는 도로사정을 걱정하고 상한선 없이 치솟는 휴가지 물가에 당하지 않아도 된다. 이동거리 최대 15분. 맛집을 선택하는 데엔 실패가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이므로.  

  수영장, 생태원, 만화카페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 시원한 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수영장에서 시작한 휴가는 생태원, 만화카페를 거쳐 다시 수영장에서 마무리했다. 겉보기에는 별 것 없는 휴가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만족도가 아주 높은 휴가였다. 만족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다툼이 한 번도 없었다. 폭염 경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울리는 뜨거운 여름에 다툼 없이 꾸지람 없이 지낸 휴가는 올해가 유일하다.
 
휴가 마지막 날, 아이들을 재우며 물었다.
 
“이번 휴가 어땠어?”
“최고였어. 나는 차 오래 타는 거 안 좋은데 가까운 곳에서만 놀아서 좋았어.”
“나도 좋아. 생태원에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소풍가는 것보다 엄마 아빠랑 가서.”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과 커피를 마시며 이번 휴가를 두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이번 휴가 대 만족이래. 당신은 어땠어?”
“나도 좋았어. 꼭 멀리 떠나야 여행인가? 좋은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장소가 어디든 만족스러운 여행지지.”
“나도 그래. 내년에도 이렇게 놀까?”

 
‘이런 게 행복이다. 행복은 내 곁에 있다. 일상의 모든 순간순간이 행복이다.’ 휴가 기간 동안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생각들이다.
 
파랑새를 찾으러 떠났다가 파랑새는 집에 있다는 걸 깨닫고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걸 깨달은 치르치르와 미치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