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프 죽더라도 성전 지속”… ‘외로운 늑대’들 복수 다짐 [뉴스 인사이드]

◆알바그다디 복수 다짐하는 추종자들

미국은 알바그다디 사망 직후 IS 조직원들 또는 외로운 늑대가 보복성 테러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계태세를 강화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2017년 해병대 출신 20대 남성이 샌프란시스코 쇼핑몰에서 크리스마스 테러를 하려다 붙잡히는 등 미국에서도 IS 추종자들의 테러 기도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서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 중인 국제 테러사건 5000건 가운데 1000건가량은 IS와 연관된 개인의 소행으로 분석되고 있다. 리사 모나코 전 백악관 국토안보·대테러 보좌관은 “(IS의) 이념은 알바그다디와 함께 죽지 않았다”며 “FBI는 레이더에 포착된 IS 동조자 감시를 강화하고 소셜미디어도 더 들여다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전 세계의 IS 추종자들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충성을 재확인하면서 전투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고 중동 매체 더내셔널이 보도했다. 아부 압둘라 아시 시아미라는 인물은 대화방에서 “지하드(성전)는 우리의 칼리프(이슬람 신정일치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죽더라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으며, 다른 동조자는 “신념은 누가 죽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 비정부기구 ‘극단주의 대항계획’의 데이비드 입센 사무국장은 “IS는 알바그다디의 죽음을 온라인상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IS가 개설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순교와 인내의 개념이 논의되고 IS에 대한 충성 서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최소 259명의 사망자를 낸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 지난해 12월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총격 테러 등 미국 외 지역에서도 IS 관련 범행이 잇따르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 대테러 책임자는 한 외신에 “IS 이념의 확산이 멈추지 않는 한 알바그다디의 죽음은 여기서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지금 당장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인터넷을 통해 자체 급진화된 외로운 늑대들의 공격”이라고 말했다.
◆관료적 조직체계·선전역량은 건재

IS는 영토 대부분과 최고지도자를 잃기는 했지만, 그들의 폭력적 이데올로기와 이를 확산하는 선전선동술은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IS는 특정 개인을 추종하는 집단이 아니라 알바그다디가 보인 칼리프 제국의 비전에 이끌린 집단이다. 알바그다디 스스로도 로키를 유지하며 본인 우상화를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9·11 테러 등 주요 범죄를 일으킨 후 육성 성명을 발표하고 CNN 같은 서방 매체와 인터뷰까지 했던 알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라덴과 달리 알바그다디는 2014년 칼리프 제국 선포 때와 올해 초 서방세계에 복수를 다짐할 때 딱 두번 동영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전부다.

알바그다디는 또 생포되지 않고 자폭을 택함으로써 ‘순교자’ 이미지를 획득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는 IS 추종자들의 보복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알바그다디 사후 IS는 “종교와 지하드를 지켜라”, “불신자와 배교자에 맞서 지도자와 형제들을 위해 복수하라”고 선동했다. 광활한 영토를 상실한 IS가 이념적 메시지 확산을 통해 서방 세계의 외로운 늑대를 준동하는 쪽으로 이미 노선을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지도자 제거가 테러 조직의 성쇠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도 의문이다. 제나 조던 미 조지아공대 샘넌 국제대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쓴 글에서 1970∼2016년 약 1000건의 지도자 제거 작전을 분석한 결과 효과가 입증된 사례는 극히 적으며, 특히 종교나 분리주의 집단 지도부 제거작전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주장했다.

IS는 조직구조 제도화에도 성공했다고 조던 교수는 덧붙였다. IS는 재정·군사·인프라 등으로 중앙조직을 세분화했으며, 남아시아·아라비아반도·아프리카 등지의 제휴조직, 세계 각국의 외로운 늑대들로 분권화된 조직구조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수괴가 일일이 명령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갑작스러운 지도자 공백 상태도 견딜 수 있다는 얘기다. IS는 알바그다디 사후 1주일도 안 돼 아부 이브라힘 알하시미 알쿠라이시를 새 지도자로 내세우기도 했다.

게릴라 공격, 폭탄 테러, 갈취 목적의 납치와 방화 등 IS의 범죄는 최근 몇달 새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아랍 위클리는 전했다. 또 IS는 아직 1만∼1만5000명의 대원과 5000만∼3억달러의 재정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동 밖 외로운 늑대의 테러를 지원할 역량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IS의 새 대변인 아부 함자 알쿠라이시는 “미국은 우리 지도부의 죽음을 즐거워하지 말라”며 “우리는 중동에 한정된 조직이 아니며 우리의 사명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美 ‘고립주의’ 테러집단 날뛰기 좋은 조건”

“알카에다의 분파가 ‘이슬람국가’(IS)가 됐듯 (테러단체는)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지난 4일 국립외교원에서 만난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사진) 교수는 IS 수장이 제거된 이후 새로운 극단주의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들은 국가 공권력이 작동하지 않는 내전 상태의 국가에서 똬리를 튼 세력들”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나 영국의 브렉시트같이 특정 국가의 이익이 결집하는 상황은 테러리스트들이 발호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알바그다디 사망 이후 IS는 곧바로 새 지도자를 발표했는데 전망은?

“알바그다디가 이끌던 본류 조직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IS는 국제 연합국의 공격 받을 당시 일부 거점을 옮겨 서쪽으로는 리비아, 동쪽으로 아프간, 남쪽으로 예멘 등으로 거점을 옮겼다. 따라서 거점 이동을 통한 소위 프랜차이즈 조직이 재현할 수 있는 것이 하나의 가능성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IS에 가담했던 젊은 해외 무장 전투원들이 4. 5년간 배운 이념과 선전·선동으로 세부 셀 조직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군의 특수부대에 의해 제거됐다. 미국의 시리아 철군이 IS 소탕에 큰 공을 세운 쿠르드족을 배신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철군 사흘 만에 터키는 무장세력 제거를 명분으로 쿠르드족의 거점 지역인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대한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미국은 왜 쿠르드를 배신했나?

=미국은 동맹인 터키와 쿠르드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IS는 이미 제거됐기 때문에 터키와 비교해 쿠르드의 동맹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국제정치는 냉혹하다. 약자가 당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동맹으로서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는 자기 논리를 들이댄 것이다. 그럼에도 터키와 쿠르드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 동맹도 쉽게 버릴 수 있다는 시사점을 남긴 사건이다.

-중동에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아 돈 케어(I don’t care)’의 입장이다. 트럼프는 자기의 정책이 금전적 이득으로 눈에 보이길 원한다. 국제정치의 전략가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략가라면 돈이 들고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설득하고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선의를 가지고 10년 가까이 중동 지역에 들어가서 (분쟁 해결과 민주화가) 안 됐다면 러시아가 가도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일 수 있다. 이 땅은 누가 들어가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중동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환대를 받았다.

“사우디는 미국이 쿠르디를 버리듯 언젠가 방기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사우디 입장에서 미국의 무기를 많이 구매했지만, 오바마 때처럼 미국이 이란하고 붙어서 버려질 것이라 걱정할 수 있다. 그래서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다. 또 러시아를 환대함으로써 미국이 우리(사우디)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차피 국제정치는 게임이다.”

-‘셰일혁명’ 이후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 감소로 중동에 대한 개입을 줄이는 것?

“중요한 변수다. 미국이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가 높았을 때는 어떤 형태로든 (중동 지역을) 지키려 했다.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낮아진 지금은 변수 하나는 완전히 바뀐 상태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동 지역에서 ‘악의 요인’이 본토까지 확산하는 것만 관리하겠다는 식이다”

-미 민주당에서도 개입을 최소화하는 고립주의적 외교를 이야기하는데 장기적 추세인가?

“미국이 (트럼프)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과 트럼프는 변화한 미국을 상징한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미군의 시리아 철수 발표 직후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민의 58%는 미국의 철군 결정을 지지했다.”

-국내 여론에 따른 변화인가?

“미국은 이라크 전쟁 당시 4500명에 달하는 미군이 죽고 1조2000억달러를 썼다. 하지만 이라크는 여전히 종파전쟁을 치르고 있고, 알카에다를 없앴다지만 훨씬 극악한 IS가 나왔다. 과거 부시 행정부처럼 직접 들어가서 민주화하겠다거나 전쟁을 통해 바꾸려는 시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미국 유권자들이 확실히 알았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대중의 생각을 잘 읽고 적극적이고 자신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다. (미국민들이) ‘세계를 더욱 평화롭게’(Make the world more peaceful)에 진절머리가 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는 것이다. 제2의 9·11 같은 변곡점이 생기지 않는 바뀌기 한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담을 치기 시작하면 대테러전선은 힘이 빠지고 테러리스트들이 훨씬 좋아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고립주의에 따른 부작용은?

“미국이 단기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고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중동이나 취약지역에서 (개입이 필요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현지의 협력자들을 얻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명시적인 약속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아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어떤 것이 변곡점이 될 수 있나?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 그렇다. 최근 이란의 도발 수위를 보면 재밌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타국 유조선을 나포하며 항행의 자유 막았다. 이란 배후가 강하게 의심되는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에서도 단 한명의 직접적인 사망자, 인명피해가 없었다. 사우디나 미국이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수위를 알고 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미군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미국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혹은 레바논에서 테러가 일어났는데 이란의 배후인 헤즈볼라가 미군을 죽였다면 순식간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것이다.”

-‘평화로운’ 변곡점은 불가하나?

“어느 세력에게도 전쟁은 최선의 선택지가 아니다. 트럼프도 자신의 정체성을 협상가라고 믿는다. 협상가로서 최악의 패배는 전쟁을 하는 것이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딜(협상)을 통해서 얻는 것이 쾌감을 주기 때문에 실제 전쟁의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다만 의도치 않게 임계점을 넘는다면 대량보복이 있을 것이다.”

유태영·이종민 기자, 사진=서상배 선임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