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특별기획: 요동치는 동북아 안보] <1> 북핵 진전이 열쇠… 트럼프 손에 달려

앵커: 미북 대화의 교착국면 속에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한일 관계의 악화,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부터 한일 갈등까지 역내 국가들의 고민이 깊어가는 가운데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풀리면 남북관계의 개선에 이어 한일관계까지 좋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북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과 동맹국에 대한 접근법에 변화를 줘야 하며, 동북아시아의 안보를 유지하는 열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RFA 특별기획: 요동치는 동북아 안보]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정체된 북핵 협상 속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 변화’를 노정민 기자가 짚어봅니다.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 미북 비핵화 협상에 있다
– 미북 실무협상 교착에 이어 북 단거리 미사일 발사
– 한미연합 군사훈련∙방위비 분담금 인상 논란에 한일갈등까지
–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 변화가 북핵 문제에 미치는 영향 불가피
– 미북 비핵화 협상 풀리면, 남북관계 발전에 이어 한일관계 개선도 가능

지난 6월 30일, 역사적인 남∙북∙미 3국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성사된 직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판문점 회동이 있은 다음 날인 7월 1일, 일본이 반도체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을 제한하며 한일 갈등이 본격화한 것을 시작으로 화이트리스트, 즉 수출우호국에서 서로를 제외했고 한국이 오는 24일 만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재연장 여부를 저울질하면서 한∙미∙일 삼각 동맹 관계의 균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판문점 회동 이후 곧 열릴 듯했던 미북 간 비핵화 실무협상은 한 달 넘게 감감무소식인 가운데 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을 앞세워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10일까지 5차례에 걸쳐 1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의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지난 11일에는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국장 명의로 한국을 비난하는 성명도 발표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진행형인 미∙중 간 무역갈등은 중∙장기전에 돌입했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만과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논란, 여전히 열려있는 미국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특히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급변하는 동북아지역의 안보 지형이 북한 핵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은 최근(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모든 문제는 서로 연결돼 있다며 미북 간 비핵화 협상과 관계 개선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막혔던 남북관계도 풀리고 나아가 한일관계도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켄 고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모든 사건은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만약 미북 간에 문제가 풀린다면 남북 관계도 풀리고, 그렇다면 한일 관계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연관돼 있는 겁니다. 미북 협상에 진전이 있으면 남북관계가 개선되겠죠. 한국 내에 남북관계의 개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일본을 또 다른 위협으로 여기는데,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한일관계에도 개선의 여지가 생길 수 있는 겁니다.

급격히 변하는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에서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북핵 문제인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에 무엇을 내놓느냐에 대한 선택과 결정에 달렸다는 것이 켄 고스 국장의 주장입니다.

[켄 고스]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의 완화를 제시한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최대압박이라는 잘못된 전략을 펴고 있다며 셈법을 바꾸라고 말했죠. 그렇게 하면 일부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시작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서 말이죠. 그런데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북한의 비핵화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RFA Graphic/김태이

미북 실무협상, 무엇을 논의할까?
– 판문점 회동 이후 북, 10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 군사력 증강, 대미 압박 메시지
– 곧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 크지만, 협상 진전에 대해서는 부정적 관측 우세
– 결국 트럼프-김정은 담판이 핵심, 실무협상에서 차기 정상회담 조율할 듯

판문점 회동 이후 북한은 지난 7월 25일부터 5차례에 걸쳐 이스칸데르급 KN-23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 미군의 ‘에이태킴스 (ATACMS)’와 유사한 신형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등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미국 내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를 지적합니다.

첫째는 북한의 군사력 증강, 둘째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 셋째는 비핵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대미 압박 수단입니다.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KEI) 부소장,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 등은 최근(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언급한 것처럼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을 이용해 새로운 미사일 기술을 시험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마크 토콜라]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불쾌함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연합 군사훈련 기간에 이처럼 행동해왔기 때문에 크게 놀랍지 않습니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미사일 기술을 시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북한의 군사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죠. KN-23 탄도미사일과 300mm 방사포(MRL) 등에 대한 시험을 했을 겁니다. 이는 새 전략무기의 배치와 군사훈련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죠. 또 이는 한국과 주한 미군을 겨냥한 것인데, 미사일 발사를 통해 군사적 능력을 키우고, 앞으로 있을 비핵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미북 실무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이 10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미북 양측의 대화 의지는 여전합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끝나면 실무협상을 재개할 뜻을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미북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서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습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바라는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 조정관은 한미연합 군사훈련 이후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지만, 비핵화를 놓고 미북 양측의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아 빠른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I believe that the working level US-DPRK nuclear talks will resume after the current joint US-ROK military exercises end. I’m not very optimistic that the working level talks will make rapid progress because I haven’t seen much evidence that Washington or Pyongyang has made significant changes in their different positions on denuclearization.)

또 김 위원장이 비핵화 문제는 오직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짓기 원하기 때문에 곧 열릴 실무협상에서 차기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일정과 여건 조성 등 사전 준비에만 전념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하고 싶어합니다. 과거에 미국의 실무협상단이 북한 측과 만났을 때도 북핵 전문가나 이에 관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전혀 없었죠. 오직 김정은 위원장뿐입니다. 김 위원장은 오직 트럼프 대통령과 이를 다루고 싶어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를 위한 사전 작업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하고요. 최근 북한의 발언을 분석해보면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만 공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그의 강경한 참모진들부터 떨어뜨려 김 위원장이 원하는 대로 협상을 이끌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
– 미 전문가들 “한미연합 군사훈련, 미국 이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 한미연합 군사훈련으로 북한과 중국에 비핵화 압박 수단 삼아야
– 트럼프 대통령, 비핵화 협상에 앞서 동맹국의 중요성∙가치 재확인해야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으로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가운데 군사훈련의 당위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거나 방위비 분담금의 인상을 언급하는 것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지형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한 원인입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도 여전히 정기적인 군사훈련을 하고 있고, 군병력의 70%가 평양과 비무장지대 사이에 배치될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인 만큼 이에 대비한 한미연합훈련은 당연하다고 강조합니다.

군사적 동맹 관계로서 한미연합훈련이 꼭 한국만 방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 견제를 비롯해 동북아시아 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군사적 동맹 관계로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한국을 방어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한국은 동북아시아의 중심이고, 한반도 유사시 주변 국가에 영향을 끼치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평화롭고 안정된 한반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전략적 이해입니다.

또 북한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두려워하기보다 이를 빌미로 한미 갈등을 유발하고 비핵화 협상에서 양보와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이 역으로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는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켄 고스] 북한에는 핵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에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북한에 핵 프로그램이 있는 한 주한미군이 주둔할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이것은 중국에 대한 압박이기도 합니다. 중국도 주한미군의 철수를 원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겠죠.

조지워싱턴대학의 실레스트 애링턴 정치∙국제관계학 교수도 미북 대화의 교착 국면과 한일 갈등 등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 상황이 불안정한 때에 방위비 분담금의 급격한 인상 요구는 시기적으로 매우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동맹국을 중요시하지 않는 태도는 미국과 동북아시아의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레스트 애링턴] 최근 방위비 인상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역내 동맹 관계의 가치와 중요성을 보여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국에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의 정책이 북한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에 중요한 동맹국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할 때인데, 한국에 더 많은 청구서를 내미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 진전된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내고 안정적인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맹 관계를 개인의 생각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더 현실적이고 외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을 바라보는 워싱턴 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RFA Graphic/김태이

협상 진전 위해서는 미국도 한발 물러서야
– 북한의 비핵화 요구에 맞게 미국도 무언가 내놓을 수 있어야
– 대북제재 완화 제시하면 비핵화 협상 돌파구 열려
– 트럼프 행정부, 동맹국 중심으로 더 뚜렷한 대북전략 세워야
– 요동치는 동북아 안보 지형 속 트럼프 대통령의 지혜와 결단 필요

미북 실무협상의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북핵 문제 해결 방식은 탑다운, 즉,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담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무협상이 열린다 해도 미북 양측이 완전한 비핵화 조치와 대북제재의 완화를 놓고 팽팽한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핵 협상의 교착 국면을 풀 열쇠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눈길을 끕니다.

미국의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북한이 바라는 대북제재의 완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다면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한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켄 고스] 트럼프 대통령이 키를 쥐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최대압박 정책이 근본적인 문제인데,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대북제재 완화를 제안할 마음이 없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에 양보한 것으로 비치면 재선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죠. 큰 인기를 얻지 못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모험할 마음이 있다면, 그의 선택에 달렸죠.

미 카토연구소의 테드 카펜터 선임연구원도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에서 한발 물러서 대북제재의 완화, 외교 관계 수립 등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다면 실무협상에서 더 많은 현안이 논의되고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나아가 미국이 더 명확한 대북전략을 가지고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함께 풀어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실레스트 애링턴] 지금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일관성 있는 대북전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북정책에서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가 명확지 않다는 거죠. 그리고 일관된 전략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같은 편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부터 남북관계와 한일갈등까지 요동치는 동북아시아의 정세 속에 어디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지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순조롭게 풀어가는 열쇠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데 워싱턴의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이 동의합니다.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북한과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에 변화를 줄 때 미북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가 열리고, 이는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이어져 한일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동북아시아 안보의 안정과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과 지혜가 필요한 때라는 것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주문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